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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부산에서 전차가 자취를 감춘 후, 반세기 만의 부활을 꿈꿨던 트램. 하지만 용호동의 분홍빛 청사진은 현실적인 예산과 경제성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이 글에서는 오륙도선 실증 사업이 무산된 배경과 용호동 교통 현황을 분석합니다.
1. 용호동 교통 갈증과 '무가선 트램'의 부활 꿈
용호동은 부산의 대표적인 인구 밀집 지역이지만, 도시철도 2호선(경성대·부경대역)과 떨어져 있어 만성적인 교통 체증에 시달려왔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교통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2018년, 전선 없이 배터리로 구동되는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 사업이 제안되었습니다. 경전철보다 건설비가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용호동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습니다.
2. 국내 1호 트램의 장밋빛 기대감
2019년, 부산 남구는 수원과 성남 등 쟁쟁한 후보지를 제치고 국토교통부의 트램 실증 사업지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 초기 계획: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이기대 어귀 삼거리까지 1.9km 구간, 5개 정거장을 짓는 계획이었습니다.
- 추진 동력: 국비 지원과 함께 차량 제작까지 착수하며, 2022년이면 부산이 대한민국 최초의 트램 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3. 사업비 폭등과 핵심 연결 구간 상실
하지만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물가 상승과 설계 변경으로 인해 총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436억 원이나 폭등한 것입니다.
추가 비용 부담을 두고 중앙정부와 부산시가 팽팽히 맞섰고, 국비 추가 지원은 결국 거절되었습니다. 부산시는 노선을 1km로 줄이고 정거장을 3개로 축소하는 안을 내놓았으나, 정거장 핵심인 '경성대·부경대역'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지하철과 연결되지 않는 트램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 셈입니다.
4. 경제성(BC) 0.39,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과 무산
결국 2023년 진행된 예비타당성 재조사에서 오륙도선은 경제성(BC) 지수 0.39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습니다.
기준치인 1.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그사이 서울 위례선 등이 속도를 내며 '국내 1호'라는 상징성마저 퇴색되었고, 오륙도선 실증 사업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5. 부산항선 연계 추진과 남겨진 과제
부산시는 현재 오륙도선을 단독 추진하기보다, 북항 재개발과 연계된 부산항선(C-Bay~Park선)의 지선 형태로 추진하는 새로운 구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경제성이 0.7 수준으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왕복 4차로에 불과한 용호로의 교통 혼잡 문제, 그리고 부산항선 자체의 사업 속도가 변수입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희망고문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6. 결론: 장밋빛 공약보다 필요한 현실적 교통 대책
오륙도선 트램의 실패는 지자체의 화려한 공약이 현실적인 예산과 타당성 검토 없이 추진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가 되었습니다. 수년간 투입된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그리고 주민들의 기다림은 보상받지 못한 채 멈춰 섰습니다.
용호동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을 10분이라도 줄여줄 실질적인 교통 대책입니다. 트램이 아닌 버스 준공영제 강화나 도로 확충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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